(청송)고고한 신선의 세계에 어울리는 산수화의 진경

 

- 일시: 2023-11.4~5
- 날씨: 비 약간 온 후 흐림
- 몇명: 홀로

 

 

 

청송(靑松)은 유네스코세계지질공원입니다. “지질공원”(地質公園 / Geopark)은 지구과학 적으로 중요하고 경관이 우수한 지역으로서 이를 보전하고 교육 · 관광 사업 등에 활용하기 위해 지정하는 공원의 한 종류로 지질뿐만 아니라, 그곳에 살아가는 동물과 식물, 역사, 문화 등을 모두 포함합니다.

 

청송은 이미 세계에서 이상향의 세계,신선세계가 될 만 하다고 인정 한 것 같은 느낌입니다.청송 자체가 커다란 산소카페가 되고 그 속에서 청송을 바라보는 사람들에게 눈을 즐겁게 합니다. 靑은 신선세계를 뜻하고 松은 사시사철 푸른빛을 띠어 절조(節操), 장수(長壽), 번무(繁茂)를 상징하니 청송 자체가 동쪽에 있는 불로장생의 신선세계, 인간이 인간답게 살기에 가장 적합한 이상의 세계를 뜻하게 됩니다.

 

동국여지승람에 이르기를 청송의 풍속은 '검소하고 법도(인간 도리)를 잘 지킨다', '사람은 순박하고 습속은 순후하다'(尙儉率,民淳俗厚)라고 기록하고 있으니 신선세계 무릉도원이 이곳입니다.

 

오늘 비가 약간 내린 후 한 껏 아래로 내린 운무의 흐름을 보니 더욱 신선세계에 가까워졌다고 느꼈습니다.사람은 순박하다고 했으나 옳지 못하다고 느끼면 그 누구보다 앞장 서 세상을 바로잡는 외단자의(外斷者義), 의(義)로서 밖으로 행동을 결단했습니다.

 

 

▷ 답사일정(風輪) :471km

 

태조강현대왕영전-벽절정-소류정-청송향교-망미정-항일의병기념공원-백석탄

 

2023.11.4

 

고교졸업 40주년을 맞아 온천장 허심청에서 기념 행사에 참석했습니다.공식행사 속에 반주를 겸한 저녁식사를 하는 시간을 가졌는데 개인적으로 술,담배,커피,탄산을 하지 않기 때문에 맥주파티 뒷풀이는 참석하지 않고 동기 밴드에 소감을 적은 후 빠져나와 청송으로 향했습니다.청송에 도착하니 밤 12시가 조금 넘은 시각이었습니다. 


고등학교 졸업40주년에 두 달 뒤면 환갑이 되고

인생의 한 바퀴 순환을 끝맺는 마디가 그어지니
다시 재출발하는 어린 청룡의 갑진년 노년 초입
항룡유회라 욕심 버리고 이젠 고고하게 빛나 길

 

(진보생활체육공원 주차장에서 1박)


2023.11.5

 

▷태조강현대왕영전 :청송군 진보면 진안리 18-8

 

진보생활체육공원 바로 옆에 위치합니다.태조 대왕의 영정을 봉안한 사당으로 최초의 건립연대는 알 수 없으나 태조 대왕이 나들이 할때 입던 겉 옷에 두르는 붉은 띠가 바람에 날려 이곳에서 발견되어 이를 신령스럽게 여긴 마을 사람들이 영전을 짓고,영정을 모셨다는 전설이 전해옵니다.

태조대왕(이성계)이 조선 초에 나라의 기틀을 다지려고 개성,평양,경주,전주 등지에 건립한 영전과는 다르게 이곳은 민간에서 지었다고 합니다.현재 건물은 1999년에 복원되었습니다.  

약간 높은 지역이라서 영전 뒤에 서니 밤새 약간 내린 비가 운무가 되어 눈맛을 시원하게 만듭니다.

 

 

 

▷벽절정:청송군 청송읍 길안청송로 1539-108(덕리67-1)


벽절정으로 가는 도중 사진을 찍을 만한 풍광들이 연이어 보여지는데 주차 할 곳이 마땅찮아서 그대로 지나칩니다.청송의 도로는 다소 꼬불꼬불한 편이고 도로가 좁고 길 옆의 여유공간도 부족하여 잠시 주차 할곳도 없지만 눈으로 보여지는 풍광은 진경 산수화 속에서 노니는 느낌입니다.  

 


벽절정으로 들어오는 길도 교행이 불가능 할 정도로 좁습니다.벽절정은 지금도 사람이 사는 살림집이었습니다.근처의 소나무,계곡,단애,운무 등 분위기만 만끽하고 바로 나옵니다.

벽절 심청(碧節 沈淸 1554-1597)은 1582년 (선조 15) 진사시에 합격하였으나 부친의 상을 당한 이후로는 벼슬길을 단념하고 집 뒤에 벽절정을 지어 놓고 학문에 전념하였습니다.임진왜란 당시에는 조형도,조동도 형제와 함께 의병을 일으켜 적과 싸웠습니다.청송의 의병장으로 경상도 각처의 의병장과 부시(賦詩)동맹을 맺고 전투에 참가하여 여러차례 공을 세웠으나 이듬해 12월 도산싸움에서 전사하였습니다.

▷소류정

소류정에서 바라보니 건너편 산에서 펼쳐지는 운무로 눈이 즐겁습니다.

소류정은 구한말때 청송에서 의병대장을 지낸 소류 심성지가 경전을 연구하고 후학들을 가르치기 위해 고종 22년(1885)에 처음 세웠습니다.이후 붕괴 직전에 있던 것을 1997년도에 중건하였습니다.심성지는 고종 33년(1896)에 향천 의병장으로 추대되어 인덕 감은리 전투에서 전공을 세웠습니다.

 

경내에는 2003년에 심성지의 공덕을 기려 국가보훈지원사업으로 세운 사적비가 있고 아들 능찬,증손자 상기 등 3대의 공로가 새겨진 비도 함께 세워져 있습니다.

▷청송향교: 경상북도 청송군 청송읍 월막리 251-1

청아루(菁莪樓)누각 아래에 조그맣게 청송향교 이름이 보입니다.청아(菁莪)는 인재를 육성함을 의미하는데 ≪시경(詩經)≫ 소아(小雅)의 청청자아장(菁菁者莪章)에서 유래했습니다.

 

 

▷망미정 望美亭

 

항일의병기념공원으로 가는 도중 용전천 위 다리를 건너니 정자가 보입니다.망미정입니다.다리 위에서 사진만 찍습니다.


망미望美는 아름다움을 바라본다는 의미인데 다리 위에서 물에 비친 반영까지 바라보며 이름을 그럴싸하게 지었다는 생각이 듭니다.망미정에서 어디를 바라보며 아름다움을 찾는지는 모르겠으나 거꾸로 망미정 정자 자체가 앉아 있는 공간이 바로 아름다움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리 반대편에는 청송사과축제(11.1~5)로 아주 분주한 모습입니다.

 

▷항일의병기념공원:경북 청송군 주왕산면 청송로 4123

 

수많은 의병들이 있었습니다.의병이란 "외적의 침입을 물리치기 위하여 백성들이 자발적으로 조직한 군대. 또는 그 군대의 병사.의병 운동"을 말하는데 관군과 달리 민병대였습니다.

 

이미 소류정에서 심성지 이름을 알고 있었는데 큰 바위에 심성지의 한시가 새겨져 있습니다.

 

심성지(沈誠之)는 조선 후기의 문신이자 구한말의 의병장으로, 본관은 청송(靑松), 자는 사행(士行), 호는 소류(小流)입니다.1848년 둔와(遯窩) 유양흠(柳養欽)의 문하에서 중용(中庸)을 수학하였고, 화양서원(華陽書院)에서 수학했습니다.

1888년 의금부 도사(義禁府 都事), 1894년 돈령부 도정(敦寧府 都正)을 지냈으나, 을미사변 이후 청송에서 의병을 일으켜 의병장으로 활약했습니다. 1896년 3월 안동의진(安東義陣)이 군기(軍器)를 요구하고 타지역에서도 의병창의를 촉구하는 격문이 전해지자 청송의 유림들이 청송향교에 모여 토적복수(討賊復讐)를 기치로 의진(義陣)을 결성하였으며, 이때 심성지(沈誠之)를 대장으로 추대되었습니다.


이후 고종의 의병 해산 조치에 따라 해진(解陣)하였고, 고향인 청송군 파천면 덕천리에 청송 소류정(靑松 小流亭)을 건립하고 후학 양성에 힘썼습니다.
정부에서는 고인의 공훈을 기리어 1995년 건국훈장 애족장을 추서했습니다.

營夜吟 - 심성지

장금등단 혈서명 杖劍登壇 血誓明
동심우국 중성심 同心憂國 衆成城
만추감이 흔천지 蠻酋敢爾 掀天地
의리소연 병일성 義理昭然 炳日星
사역유난 당사사 死亦惟難 當事死
생수소욕 기구생 生雖所欲 豈求生
주소염염 중회책 晝宵念念 重恢責
안득계소 산초성 安得鷄簫 散楚聲

긴 칼 잡고 단에 올라 피로써 맹세하고 밝히니
나라 위한 같은 마음 무리지어 성을 이루었는데
오랑캐가 감히 어디 천지를 흔들려 하는가
의리가 떳떳하고 당당하여 해와 별같이 밝으니
죽기가 어렵지만 나라 위한 당연한 일이라면 죽을수도 있는 일
비록 산다하여 욕된 삶이 될 바에야 어찌 살기만을 바라겠나
막중하고도 큰 책임 밤낮없이 곰곰이 생각하니
장량이 계명산에서 옥퉁소 소리로 초나라 군사를 흩어지게 하였듯이
내 어찌 저 놈들을 물러나게 하지 않을 수 있으랴!

(필사)

욕되게 사느니 죽음을 각오한다는 심성지의 영야음은 F.A. 매켄지 "한국의 비극"의 의병의 자유민이 되기 위해 죽겠다는 인터뷰와도 같은 맥락이 통합니다.

F.A. 매켄지 "한국의 비극(The Tragedy of korea,1908) "에서 의병들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우리는 어차피 죽게 되겠지요.그러나 좋습니다.
일본의 노예가 되어 사느니보다 자유민으로 죽는 것이 훨씬 낫습니다."

사진에서 앞줄 왼쪽에서 세번째를 보면 중학생 정도로 보이는 의병이 보입니다.아무리 보아도 소년병으로 느껴집니다.불과 115년 전의 상황입니다.

...........

나는 차라리 고기 뱃 속에 장사 지낼지언정
왜놈들 손에 욕을 당하지 않으리라 

이천 의병장 김하락 (1846~1896) 

.............

 

천지 간에 못된 놈들은 자고로 있어와서 춘추에 싸워서 물리쳐야 하는 것은 우리들의 인생이니 병영의 밤 등불아래  비 소리는 우레 같아 내 가슴을 고동치네(天地跳跟 천지도근) 

청송의진 서기 서효석(1855~1936)

 

천지간에 못된 놈들은 자고로 있어왔다고 했는데 국외만 있는 것이 아니라 국내에도 있으니 격하게 공감이 갑니다.

 

 

▷만안자암 단애

 

청송은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입니다.길을 가다 눈앞에 펼쳐지는 단애가 여행자의 심정을 드라마틱하게 바꿔놓습니다.이상세계 같은 산수화 속에 들어 온 느낌을 받습니다. 

 

 

▷백석탄 포트홀

 

백석탄白石灘 이란 "하얀 돌이 반짝거리는 개울"이라는 뜻입니다.반들반들하게 파인 하얀 돌 사이 검은 줄이 그어진 것처럼 보여 하얀 화선지에 검은 붓의 흔적처럼 느껴집니다.

 

 

고고(高孤)한 기품을 보여주는 새 한마리가 백석탄 위에 앉아 있습니다.
세상일에 초연하여 홀로 고상한 모습입니다.

 

청송에서 북영천 IC로 가는 도중 우람한 보호수 옆으로 사과 수확을 하는 모습이 보입니다.풍요로운 가을의 모습입니다.

 


세종조 군수 하담이 찬경루를 창건하고 관찰사 홍여방(洪汝方)이 지은 기문(찬경루기)에 청송을 묘사하기를 「송백은 울울창창한데 노을 구름이 멀리 덮혀 있어 맑고 그윽한 한 고을이 신선세계 그대로이니 이 곳이 바로 청송이다.」(松栢鬱乎蒼蒼烟霞 其靄靄淸幽一洞依然仙境者乃靑松也)라고 했습니다.

 

━━━━━━━━━━━━━━━━━━━━━━━━━━━━━━━━━

달리는 바람처럼, 흐르는 물처럼
어진 산처럼,방랑의 은빛 달처럼

 

 

+ Recent posts